가톨릭 · 기도

자비 천사

석란 2008. 11. 25. 22:19

자비 천사 가난한 이들이나 고아들과 불행한 이들, 외롭고 불쌍한 이들을 위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 안에 있는 가난과 불행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먼저 우리 자신을 자비롭게 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독일어 "바름헤르치히카이트" Barmherzigkeit(자비)는 라틴어 "미세리코르디아" misericordia(비참한 이들과 불행한 이들에 대해서 가지는 마음)의 직역이다. 유대인들이 자비에 대해 말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어머니의 모태다. 자비로우신 하느님은 우리를 어머니 같은 당신의 모태 안에 가득한 사랑으로 품고 계시다. 어머니처럼 그분은, 당신이 우리의 모습으로 만들어 놓으신 형상 안으로 우리가 점점 더 성장해 들어가기까지 기다려 주실 수 있다. 예수께서 사람들에 대해 측은한 마음을 가지심을 묘사할 때, 성서에서는 종종 그리스어 "스플랑크니조마이" splanchnizomai를 사용한다. "애가 탄다" 라는 의미다. 애는 상처받기 쉬운감정들이 들어 있는 장소다. 자비롭다는 것은 나 자신이 상처받기 쉬운 그곳에 다른 이를 들여놓는다는 의미다. 그밖에 성서에는 자비에 대한 또 다른 말도 있다: 바로 다정, 공감, 동정을 의미하는 "엘레오스" eleos다. 자신을 자비롭게 대함은 자신에게 다정하게 머물러 있음,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음을 의미한다. 거기에 대해 격노하거나 많은 계획들로 자기에게 과중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내가 이루어진 그대로 나를 위한 마음을 가지는 것. 내 안에 있는 약하고 고아가 된 것을 위한 마음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종종 우리 자신을 학대한다. 어떤 잘못을 저지르면 가차없이 자신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고, 일이 뭔가 꼬이면 서슴지 않고 자신을 비방한다. 우리 안에는 어떤 무자비한 재판관, 즉 우리의 모든 사상과 감정을 판단하고, 만일 우리가 그 요구에 상응하지 못하면 우리를 처벌하는 비정한 초-자아가 있다. 이 무자비한 초-자아에 우리는 종종 어떻게 대항해 볼 도리가 없다. 그때 우리에게는 잃었던 아들을 쫓아내지 않고, 그를 되찾게 된 기쁨으로, 죽었던 아들이 다시 생명을 얻게 되었다는 기쁨으로 잔치를 열어주는 자비로운 아버지를 우리 눈앞에 보여주는 예수의 말씀이 필요하다. 바로 우리 안에 있는 내적인 재판관의 힘을 빼앗아 우리 마음을 측은지심의 사랑으로 가득 채울 자비 천사가 필요하다. 단지 이성과 의지만으로 자비를 결심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냉혹한 초-자아의 무자비함이 깃들어 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비 천사의 자비가 필요하다. 자신과 자비로운 관계를 맺는다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자비도 배울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병들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서는 자비심을 가지고 전력을 기울이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철저하게 무자비하다.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한 마음은 있건만 자기 자신을 위한 마음만은 여지조차 없는것이다. 다른 이들을 위해 살겠다고 자신의 온갖 욕구를 눌러 버리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무자비가 다른 이들에 대한 도움으로 변조되는 수가 있다. 그때 나의 사랑 안에 슬며시 어떤 욕심이 스며들 수 있다. 그래서 나의 위대한 사랑이 존경을 받지 못하면 언짢아진다. 내가 다른 사람을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내 마음과 접촉해야 한다. 그런 다음 내 안에 있는 모든 가난과 불행에로 마음을 돌려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나는 자비로워질 수 있다. 그러면 다른 이들을 함부로 단죄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을 내 마음 안에 있는 온갖 불행한 것과 상심한 것, 비참한 것, 초라한 것과 함께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면 나의 도움은 그들에게 어떤 그릇된 양심으로 전달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내 마음 안에서 자기 자리와 고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비 천사가 그대를 가르쳐 그대와 사람들 안에 있는 가난에 대해 그대 마음을 열 수 있기를. 그러면 그대 마음은 어머니의 모태처럼 될 것이고, 그 안에서 그대 자신과 다른 이들이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대 가까이서 다른 사람들 역시 자기 마음과 접촉하게 되고, 자신에게 무자비한 판결을 내리기를 그만둘 것이다. "(자비의) 마음을 가진 자는 구원될 수 있다" 라고 4세기경의 한 수도자는 말했다. 가난과 약함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대의 삶은 성공할 것이다. 그러면 천사가 그대 마음속에 살고 있는 자비를 보며 기뻐할 것이다. 「올해 만날 50 천사」에서 안셀름 그륀 지음 / 서명옥 옮김 / 분도출판사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