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게 힘이라지만 요즘은 알면 알수록 굶을 수 밖에 없는 ‘식탁 불신’의 세상이다. 항생제, 성장촉진제 등 각종 약품을 먹고 자란 동·식물들이 우리의 밥상에 오른 과정을 아는 이라면 쉽게 수저를 뜨지 못할 게다. 오죽하면 비싼 값을 치르며 유기농 야채만 고집하거나 직접 길러먹겠다며 없는 시간을 쪼개 주말농장을 다니며 유난스럽겠는가.
이런 먹을 거리에 고민하던 한 양계업자가 서울에 삼계탕집을 열었다. 전국을 뒤져 모은 200여 마리의 토종닭을 모아 전북 진안에서 닭을 길러온 정태한 씨. 2002년부터 시작해 현재는 2만 마리의 토종닭을 키우고 있는 닭박사다. 사육부터 남다르다. 전통방식의 사육법으로 먹이는 항생제를 전혀 넣지 않은 특수 사료와 콩, 밀, 수수 등의 모이를 섞어 먹인다. 미생물을 이용한 특수 바닥으로 분료 냄새도 전혀 없다.
특별한 닭인 만큼 조리법도 여느 집과 다르다. 삼계탕의 경우 닭 삶는 시간은 1시간 정도. 양산된 닭이라면 이 정도로 삶으면 살이 물러지지만, 마령농장의 닭은 좁은 닭장에 가둬 기르지 않아 육질이 단단해 이 정도는 삶아야 살이 연해진다. 토종닭임을 증명하는 유난히 붉은 육질은 담백하면서도 쫀득하다. 닭머리와 내장 등을 따로 우려낸 육수로 조리해 국물도 진하다. 화룡정점처럼 놓여진 산양산삼은 닭과 함께 오랜 시간 끓였어도 진한 향을 담고 있다.
물김치, 깻잎, 삭힌 김치 등 한정식처럼 다양한 밑반찬도 만족스럽다. 양념과 간이 세지 않아 본 재료의 맛을 살리고 식사 후에도 입안이 개운하다.
이렇게 좋은 음식을 내놓지만 마령농장은 지난 5월 문을 연 이후 대개 한산하다. 그도 그럴것이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 문화에 맞지 않는 100% 예약제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주문과 동시에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므로 예약없이 이곳을 찾았다면 1시간 기다림은 각오해야 한다. 가격도 조금 비싼 편이다. 저렴하다는 점심(11시∼2시 30분)시간대 삼계탕은 2만 5000원. 이 외의 시간대라면 산양산삼 삼계탕 6만원, 2명이라면 산양산삼 백숙을 먹고 1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심지어 부가세도 따로 낸다.
하지만 보약 대신 보신 음식으로 대체하는 것이 어찌보면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는 현명하고 경제적인 선택이 아닐런지. 02-3445-9902.
■ 서울에서 맛 볼 수 있는 삼계탕
토속촌
삼계탕 1만 3000원 3호선 경복궁역 2번출구 02-737-7444
고려삼계탕
삼계탕 1만 2000원 2호선 시청역 10번 출구 02-752-9376
장안삼계탕
삼계탕 1만 1000원 북창동 한화빌딩 맞은편 02-753-5834
백제삼계탕
삼계탕 1만 2000원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 02-776-3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