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기도 / 김남조 아침기도 / 김남조 목마른 긴 밤과 미명의 새벽길을 지나며 싹이 트는 씨앗에게 인사합니다 사랑이 눈물 흐르게 하듯이 생명들도 그러하기에 일일이 인사합니다 주님 아직도 제게 주실 허락이 남았다면 주님께 한 여자가 해드렸듯이 눈물과 향유와 미끈거리는 검은 모발로써 저도 한 사.. 김남조 시 2019.05.28
겨울에게/ 김남조 겨울에게 / 김남조 들어오너라 겨울, 나는 문고리를 벗겨둔다 삼복에도 손발 몹시 시렵던 올해 유별난 추위 그 여름과 가을 다녀가고 너의 차례에 어김없이 달려온 겨울, 들어오너라 북극 빙산에서 살림하던 몸으로 한둘레 둘둘 말은 얼음 멧방석쯤은 가져왔겠지 어서 펴려무나 겨울, 울.. 김남조 시 2014.12.13
아침 은총 / 김남조 아침 은총 / 김남조 아침 샘터에 간다 잠의 두 팔에 혼곤히 안겨 있는 단 샘에 공중의 이슬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이날의 첫두레박으로 순수의 우물, 한 꺼풀의 물빛 보옥들을 길어올린다 샘터를 떠나 그분께 간다 그분 머리맡께에 정갈한 물을 둔다 단지, 아침 광경에 눈뜨실 쯤엔 나는 .. 김남조 시 2013.03.27
6월의 시 / 김남조 6 월의 시 /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 김남조 시 2011.06.09
그대 있음에 / 김남조 그대 있음에 / 김남조 그대의 근심이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나이 마음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사람의 뜻을 배.. 김남조 시 2011.06.02
5월의 연가 / 김남조 5월의 연가 / 김남조 눈길 주는 곳 모두 윤이 흐르고 여른여른 햇무리 같은 빛이 이는 건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듯 홀로인 사양(斜陽)의 창가에서 얼굴을 싸안고 눈물을 견디는 마음은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발돋움하며 자라온 나무들 땅에 드리운 그 눅진 그림자까지 초록빛 속속들.. 김남조 시 2010.05.10
봄날 / 김남조 봄날 / 김남조 임의 두레박줄은 하도 길어서 천 길 벼랑에서 물 길어 올리시고 임의 두레박줄은 하도 실하여 산의 꼭두의 옹달샘을 채우시는데 햇빛 내려와 여른여른 목욕하면 수중기의 주렴과 그것 건드리는 아지랑이, 아지랑이 이쯤으로도 봄 선물 놀랍거늘 임의 솜씨 더 무슨 조화 보여주실지 그저.. 김남조 시 2010.02.23
서시 / 김남조 서 시 /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가 없습니다 요행이 그 능력이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가 됩시다 사랑하던 이.. 김남조 시 2009.04.10
가고 오지 않는 사람 /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 /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나중에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 김남조 시 2009.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