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푸는 고사성어
글 : 류해욱
얼마 전에 어느 후배 신부 때문에 뚜껑이 열리고 꼭지가 부글부글 끓는 경험을 했지요.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그냥 마치 꾸정물을 뒤집어 쓴 목욕(?)을 당한 것이었지요.
제 안에 여러 가지 항변이 소리치고 있었어요.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후배가 선배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세상에 이렇게 마음이 좁은 소인배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신부 이전에 인간이 되어야지.” 등등.
제 안에서 온갖 욕이 나오고 계속해서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지요.
저도 그날 잠을 못 잤고, 제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지요. 자신에게 말했지요.
“너는 신부로서 늘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용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론했지 않았느냐? 그냥 용서하고 잊어버려라.”
부끄럽게도 강론 대에서 말하기는 쉬운데 막상 제가 당하니까 그게 그렇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하루가 지나니까 분노가 가라앉으면서 그 후배 신부가 참 불쌍하게 느껴졌지요.
결국 그 후배의 행동이 열등감에서 온다는 것을 생각하니
분노보다는 연민의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 후배에게 들려주고 싶은 고사성어 두 가지 떠올리고 웃기로 했지요.
여러분들도 이런 일이 있으면,
제가 들려주는 고사 성어를 떠올리고 웃고 넘기시기 바랍니다.
옛날 한나라 때의 일이랍니다. 어느 연못에 예쁜 잉어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서 들어 왔는지 그 연못에 커다란 메기 한 마리가 침입하였고
그 메기는 잉어를 보자마자 잡아먹으려고 했지요.
잉어는 연못의 이곳저곳으로 메기를 피해 헤엄을 쳤으나 역부족이었고
도망갈 곳이 없어진 잉어는 초어적인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잉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뭍에 튀어 오르게 되고,
지느러미를 다리삼아 냅다 뛰기 시작했답니다.
메기가 못 쫓아오는 걸 알게 될 때까지 잉어가 뛰어간 거리는 약 구리 정도였을까,
암튼 십리가 좀 안 되는 거리였답니다.
그때 잉어가 뛰는 걸 보기 시작한 한 농부가 잉어의 뒤를 따랐고 잉어가 멈추었을 때,
그 농부는 이렇게 외쳤답니다.
“어주구리( 漁走九里 ).”(고기가 9 리를 달리다)
그리고는 힘들어 지친 그 잉어를 잡아 집으로 돌아가
식구들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주구리(漁走九里)는 능력도 안 되는 이가 센척하거나 능력 밖의 일을 하려고 할 때,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이지요. 이 고사 성어를 말 할 때는 약간 비꼬는 듯한 말투로
약간 톤을 높여 말하면 아주 효과적이지요.
아~쭈구리라고 발음하는 사람도 많으나 잘못된 발음입니다.
화나게 만든 사람에게 속으로 살짝 말해 보세요.
“그래. 어주구리, 까불어 봐야 너는 그냥 물고기야.
결국 그러다가 믿었던 농부에게 잡아먹히잖아.
메기가 너를 잡아먹으려고 따라온 것이 아니야. 이 바보야.”
다음의 고사 성어는 발음에 더 조심하셔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푸시려고 했다가 오히려 봉변을 당해 스트레스가 더 쌓일 수도 있으니까요.
고대 중국의 당나라 때 일이랍니다.
한 나그네가 어느 더운 여름 날, 길을 가다가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였답니다.
농부가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말에게 자꾸만 가혹한 채찍질을 가하는 광경을 본 것입니다.
이를 지켜보던 나그네는 말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농부에게
“열심히 일하는 말에게 왜 자꾸만 채찍질을 가합니까?”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농부는 자고로 말이란 가혹하게 부려야 다른 생각을 먹지 않고
일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답니다.
남의 말을 놓고 가타부타 언급할 수가 없어 이내 자리를 뜬 나그네는
열심히 일하는 말이 불쌍하여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긴 탄식과 함께
한 마디를 내뱉었다고 합니다.
“ 아! 施罰勞馬 ( 시벌로마).” (아, 일하는 말에게 벌을 주는구나.)
훗날 이 말은 후세 사람들에게 이어져 주마가편(走馬加鞭)과 뉘앙스는 약간 다르지만
상당히 유사한 의미로 쓰였다고 합니다.
施罰勞馬 (시벌로마)는 열심히 일하는 부하직원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직장상사에게 흔히 하는 말이라고 하네요.
아랫사람이 노는 꼴을 눈뜨고 보지 못하는 일부 몰상식한 상사나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부려먹는 사장, 또는 늘 닦달을 하는 수도원이나 수녀원 당가나 원장의 뒤에 서서
들릴락 말락 하게 읊어 주면 효과적이랍니다.
그런데 이미 말씀드린 대로 발음을 잘 하셔야지,
잘못하면 곤경에 처 할 수 있으니까 조심하셔야 합니다.
봉변을 당하고서 류해욱 신부가 이 고사숙어를 알려 주었다고 하면 곤란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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