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 기도

야고보 아저씨의 묵상--2월 15일 연중 제6주일

석란 2009. 2. 15. 23:15

  

        

            2009년 2월 15일 연중 제6주일 

 

 

 

 

 

 

<그는 나병이 가시고 깨끗하게 되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 1,40-45


   그때에 40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하였다. 그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41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42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

43 예수님께서는 그를 곧 돌려보내시며 단단히 이르셨다. 44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45 그러나 그는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셨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에서 그분께 모여들었다.

 

주님의 의향이 어떠신지?

 

    문둥병이라고 하는 나병(leprosy)은 또한 한센병(Hansen's disease)이라고도 하는데 나병균(Mycobacterium leprae)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병입니다. 오래 전부터 퍼졌던 병이지만 6세기에 나병 균을 처음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24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연간 1만 명당 1건 미만으로 드물게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는 발생지역에서 제외되었다고 합니다.

 

    나병은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계의 합병증으로 인해 사지의 무감각과 근육의 병적인 증상이 발생한답니다. 촉감, 통각, 온도 감각이 소실되고 위치감각과 진동감각도 없어집니다. 나병균에 가장 흔히 침범되는 신경 부위는 팔꿈치이며 4번째와 5번째 손가락이 갈퀴처럼 변형되고 손목 처짐이나 발목 처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과 발가락에 감각이 소실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외상을 입고 이로 인해 이차 감염이 발생하면 손가락과 발가락의 말단 부위가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코 점막에 나병 균이 침범하면 코피가 나거나 코 막힘 증상이 나타나고, 코 연골의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해 연골이 변형되어 안장코(saddle nose)가 되거나 무 후각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눈이 침범되면 안구가 돌출되거나 눈이 감기지 않게 되고 각막궤양이나 백내장, 녹내장 등이 발생하여 실명할 수도 있고 나병 균이 고환염을 일으킬 경우 무정자증이 되어 불임이 될 수도 있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나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는지 나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그 병의 아픔은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처음에 나병의 병원균은 신경을 갉아먹으니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하겠습니까? 어떤 의사는 그 통증이 야구 방망이로 정강이를 40대 때리는 것과 같은 아픔이라고 하니 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아픔일 것입니다.

    그렇게 신경을 갉아 먹었으니 그 다음부터는 촉감, 통각, 온도 감각이 완전히 소실되어 아픈 줄을 모르게 됩니다. 그래서 발에 못이 박혀 있는 데도 피를 흘리며 못을 달고 돌아다니고, 불에 손가락을 태우면서도 아픈 줄을 모르고 웃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병원균은 햇빛에 노출되면 얼마가지 않아 죽게 되니까 나병 균은 햇빛을 싫어합니다. 태양에 노출되면 나병 균은 제 살길을 찾으려고 사람의 장기 속으로 파고 들어가 고통을 더 극심하게 합니다. 그래서 나환자들은 빛을 피해서 나병 균이 겉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움막이나 동굴에서 살아갑니다. 구약에서는 완전히 고립되어서 살 것을 율법으로 정해 놓고, 자신이 죄인이며 부정한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고백하며 외치하고 하였습니다.

 

    쉽게 전염된다고 해서 돌팔매질을 당하기도 하고,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여서 그 서러움과 괴로움, 아픔, 인생에 대한 비관 등 그들의 삶은 정말 지옥과 같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천형(天刑하늘이 내려주신 벌)이라고 해서 세상의 모든 죄와 벌을 모두 짊어지고 살았던 것입니다.

 

    나환자들은 육체적인 아픔뿐만 아니라 아무도 돌보지 않는 그 처절한 아픔과 외로움과 괴로움에서 해방되기를 간절히 소망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 찾아올 때까지 아무도 그들에게 희망을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와 같이 나병환자는 예수님을 찾아와 엎드려서 간구하는 것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의향을 여쭙고 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 나병환자는 예수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면서 예수님의 의향(意向)을 여쭙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손을 대기만 해도 예수님께서 부정해 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예수님만이 천형을 앓고 있는 자신을 고쳐 주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의향을 여쭙는 것으로 그는 모든 것을 다 했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필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의 사랑을 받습니다. 예수님의 용서를 받고, 치유를 받았으며, 공생활을 할 수 있는 증거를 마련해 주시는 예수님의 엄청난 사랑을 받습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고립되고, 저주받으며, 미움 받는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이제 그는 떳떳한 공민(公民)이 된 것입니다. 그는 간절한 소망을 이루어졌고, 그것은 그가 아주 겸손하게 믿음을 가지고 간청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교만하기 때문에 그와 같이 간청하지 못하고 있고 은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님, 더 이상 아무 것도 욕심내지 않고 주님의 의향을 여쭙고, 주님의 처분을 공손하게 기다리는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 주소서.


- 야고보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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