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 시

나무들 / 김남조

석란 2009. 3. 6. 18:06

 

 

 

  

 

 나무들 / 김남조

나무여 나무여
걸을 수도 날을 수도 없어서
친구곁에 못 가네
사랑곁에도 못 가네
그러나 니네들 한가지 햇빛을 쬐며
거루억만년(巨累憶萬年) 사이
한날 한시에
목청이 확 트였구나

거대한 임부(姙婦)
봄 천지에
지하수에도 전류 와서
불 범벅이네 수액 범벅이네
아, 어쩌면 좋지
초록의 전율

어떤 그림 속에서도
반 고호의 보리밭에서도
움직이는 풀잎 하나 못 봤는데
살아서 사람처럼 출렁이는
니네들
머리풀은 니네들
아, 어쩌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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