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보

인터넷 전화, 댁에선 아직 안씁니까?

석란 2009. 5. 3. 05:25

 



    [동아일보]

    ■ 집전화는 지금 세대교체 중

    가입자 302만… 1년새 3배 급증

    값싸고 품질 좋고 서비스도 다양

    번호이동 간소화땐 증가세 탄력

    “울면서 씨앗을 뿌린 자가 수확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6년 전 KT의 한 임원은 옛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를 찾아가 이렇게 읍소했다. 통화료가 싼 인터넷전화가 대중화되면

    매년 1조 원가량을 투자해야 하는 KT의 기존 유선전화 수익이 줄어들 수 있으니 이를 막아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인지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일반 유선전화와 달리 ‘070-XXXX-YYYY’ 식의 긴 번호를 써야 했다.

    불편한 번호 때문에 가입자 증가 속도도 더뎠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유선통신업체 사이의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시내전화 시장이 ‘사업자 위주의 시장’에서

    ‘소비자 위주의 시장’으로 전환한 것. 이에 따라 인터넷전화 가입자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 전체 이용인구의 19% 가까이 늘어나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작년 3월 말 74만 명에서 올 3월 말 302만5000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총 가구 수가 1600만여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전화 이용 인구는 전체의 19% 가까이로 늘어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기존 집전화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KT의 가입자는 작년 3월 말 1986만 명에서 올해 3월 말 1848만 명으로

    138만 명 줄어들었다. 이 분야의 매출도 작년 1분기(1∼3월) 2242억 원에서 올 1분기 2031억 원으로 9.4% 감소했다.

    방통위가 일주일 넘게 걸리는 시내전화 번호이동 절차를 단축하고 인터넷전화 가입자도 기존 전화번호를 사용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기존 전화를 버리고 인터넷전화로 옮겨 타는 가구의 증가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화의 강점은 무엇보다 국제전화 등 전화요금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통화 품질도 일반 유선전화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이다. 또 기존에 구리선으로 음성만 보내던 것과 달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전화기로 영상통화는 물론이고 가정용 은행자동화기기(ATM)로 사용할 수 있는 KT의 스타일폰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외부에서 집 안의 현재 모습을 확인하는 홈 모니터링 서비스, 지역정보 안내, 실시간 교통정보 등이 전화기를 통해

    제공된다.

    LG데이콤은 KB국민은행과 함께 인터넷전화를 통해 폰뱅킹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KB와이즈 폰뱅킹’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서비스는 ARS 안내를 끝까지 듣지 않고도 전화기 화면을 통해 원하는 메뉴를 선택해 폰뱅킹 이용 시간을 100초에서 30초로

    줄일 수 있다.

    ○ 패러다임을 바꾼 인터넷전화


    인터넷전화는 음성을 데이터로 전환한 뒤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 전송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e메일 한 통을 보낼 때 따로 돈을 내지 않는 것처럼 이론적으로는 모든 전화가 인터넷전화로

    바뀌면 통신료를 따로 받지 않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미 삼성네트웍스는 일본 소프트뱅크BB와 제휴를 맺고 양사의

    한일 가입자 간 무료 통화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인터넷전화가 대중화되면 인터넷에 국경이 없는 것처럼 전화에서도 국가의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기존의 전화번호 체계는 ‘081(국가번호)+02(지역번호)+2020-0114(가입자번호)’와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지만 인터넷전화에는

    이런 구분이 없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쓰던 전화번호를 그대로 미국에 가서도 그대로 이용하는 ‘국경의 초월’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