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황 석굴벽화에도 한국인
조우관형 모자, 긴 저고리… 당대 한국인 전형적 모습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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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르칸트시 역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리로 만든 유물들. 우리나라 경주 일원에서도 비슷한 모양의 유물들이 발견되어, 고대 오아시스 육로를 따라 유리 용품들이 교류했을 가능성이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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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라시압 벽화를 비롯한 서역 유적의 벽화에는 한반도에서 온 고대 사절들이 보이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흥미로운 건 모두 새 깃을 꽂은 조우관형 모자를 쓰고 통넓고 긴 저고리를 입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복식의 기원을 둘러싸고 동시대 삼국 가운데 어느나라 사람이냐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아프라시압 벽화의 경우 최근 발견된 소그드어 명문의 해석을 빌어 고구려 사절이란 견해가 더욱 우세해졌지만, 이전까지 신라인이나 통일신라, 혹은 발해인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신라나 통일신라는 당과 발해에 의해 서역행 육로가 막혀있었기 때문에 벽화의 주인공일 개연성은 희박하다는 중론이다. 하지만 발해는 사정이 다르다. 발해의 강역인 러시아 연해주에서 8세기 중앙아시아 상업민족 소그드인들의 은화와 서역유물들이 출토된 바 있어 발해인 사절이 돌궐 등 중앙아시아 유목 제국에 파견되었을 가능성은 높다.
서역의 들머리인 둔황의 석굴벽화에서도 한반도에서 온 사절들의 모습은 간간이 발견된다. 특히 220굴 동벽의 <유마경변상도>에 그려진 고대 한국인 사절은 중앙아시아 벽화에 등장하는 최초의 한국인이다. 335굴 북벽의 유마상 주위에도 고대 한국인 사절 2명이 설법을 듣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들의 모습은 가장 전형적인 고대 한국인 사절의 상으로 평가되는 중국 장안의 장회태자 이현묘 벽화의 이미지와 닮아있다. 모두 문수보살과 유마거사의 담론장 주위에서 설법을 듣는 청중 속에 묘사된다. 상당수 학자들은 이들이 쓴 조우관 모자가 고구려의 절풍건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고구려인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신라와 당의 긴밀한 외교관계를 유지했고, 조우관의 깃털 유물이 신라 고분에서도 출토된 바 있어 신라 순례자나 사절임을 주장하는 견해도 만만치않다. 또 6세기 중국 남조 양나라를 찾아온 변방 외교사절을 그린 양직공도를 보면 백제 외교사절들도 거의 비슷한 복식을 하고 있어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품이 헐렁한 소매의 긴 저고리와 바지, 조우관은 당시 한반도 외교사절들을 대표하는 복식 형태였으며 이를 당대 한국인들의 전형적 형상으로 확대해 그렸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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