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시

제비꽃 연가 / 이 해인

석란 2011. 5. 6. 21:58

 

 

 

 

 

 제비꽃 연가 / 이 해인

나를 받아 주십시오


헤프지 않은 나의 웃음
아껴 둔 나의 향기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웃을 수 있고
감추어진 향기도
향기인 것을 압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내 작은 가슴속엔
하늘이 출렁일 수 있고
내가 앉은 이 세상은
아름다운 집이 됩니다.

담담한 세월을
뜨겁게 안고 사는 나는
가장 작은 꽃이지만
가장 큰 기쁨을 키워 드리는
사랑꽃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삶을
온통 봄빛으로 채우기 위해
어둠 밑으로 뿌리내린 나
비오는 날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
작은 시인이 되겠습니다.

나를 받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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