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스크랩] 문경의 진산, 주흘산

석란 2007. 11. 17. 18:09
울긋불긋 속살… 다음주까지 절정!
문경의 진산, 주흘산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ejyeob@munhwa.com

조곡골의 단풍길

제1관문

제2관문

여궁폭포

꽃밭서덜
비지밥 기울떡도/배 못 채운 가난으로//주흘산 주봉 아래/탑골 마실 골목마다//어메는/떡함지 이시고/나는 등에 업혀 울었단다.(이우출 시인의 ‘모정-나는 떡장수 어머니의 아들이었더란다’)

#이호우(1912~1970)와 함께 대표적인 현대 시조시인인 이우출(1923~1985) 시인은 경북 문경 출신이다. 그는 문경을 무척 사랑했다. 문경 사람들도 그를 기려 문경새재에 시인의 시비(詩碑)를 세워 놓았다. 시인은 지금은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문경읍 하리에서 태어났다. 시인의 어머니가 떡함지를 이고 다녔을 주흘산 주봉 아래 탑골은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다. 문경읍사무소에 문의해보니 주흘산 남쪽의 교촌리에 탑골이란 지명이 있다고 한다. 그는 문경새재의 이화령을 소재로 한 시조도 남겼다.

“하늘도 여기 와선/ 다시 한번 열리는데//충청도로 이어 가는/영(嶺)마루 신작로 길//새잿골/물박달 냄새가/바람결에 정답다.”(‘이우리재’)

주흘산(主屹山·1075m)은 문경의 진산이자 영남의 관문 문경새재를 지키고 있는 산이다. 문경(聞慶)이란 이름 자체가 ‘서울에서 경사스런 소식을 듣는다’는 뜻이듯,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영남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갈 때 넘어야만 하는 곳이었다. 서울로의 관문인 것이다. 따라서 군사적으로도 요충지였다. 지금은 도립공원으로 관리되는 조령 제1관문부터 세 개의 관문이 그것을 말해준다. 문경새재는 1925년 이화령으로 도로가 생기면서 ‘길’로서의 생명은 끝났지만, 한국의 ‘길의 역사’에서 첫손에 꼽을 만한 지역이다. 각서리에서 이화령까지 터널이 완공되면서 접근이 훨씬 편해졌다. 주흘산을 찾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주흘산은 이름이 특이하다. 흘(屹)자가 ‘산우뚝솟을 흘’이다. 거기에다 주인 주(主)자까지 붙어있다. 주흘산 주변에 월악산 조령산 대미산 황장산 운달산 등 1000m가 넘는 산들이 줄을 섰는데, 유난스럽게 ‘주흘’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가 뭘까. 하지만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지나 마성면의 들판에서 바라보면 주흘산의 당당하고 비범한 기세를 볼 수 있는데, 왜 주흘산으로 이름 지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주흘산에 얽힌 전설도 있다. 주흘산은 솟아오를 때 그 밑에 도읍을 정하리라고 작정하고 힘차게 솟았다고 한다. 그런데 솟아 올라보니 서울의 삼각산이 먼저 솟아서 그곳으로 도읍이 정해지고 말았다. 그래서 주흘산은 삼각산을 등지고 앉았다는 것이다. 옛 문경 사람들이 이 산을 꽤 아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전설이다.

주흘산은 주봉(主峰)과 영봉(靈峰·1106m), 부봉(釜峰·921m)으로 이뤄져 있다. 영봉은 조선시대에 매년 조정에서 향과 축문을 내려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나라에서도 영산(靈山)으로 대접한 것이다.


#주흘산은 백두대간 코스에서 살짝 비켜나 있다. 부봉만 조령산에서 하늘재로 가는 코스 중에 걸쳐 있다.

주흘산의 등산코스는 제1관문에서 오르는 코스가 가장 선호된다. 욕심을 내자면 미륵리에서 하늘재로 올라 주흘산 주봉을 타는 종주코스가 있지만 하루에 마치기에는 빠듯하다. 제1관문에서 혜국사를 거쳐 주봉과 영봉을 탄 뒤 조곡삼거리로 해서 제2관문으로 나오는 코스를 택했다. 부봉능선을 타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조곡골을 내려오면서 6개의 부봉 연봉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다. 부봉의 부(釜)는 솥단지를 의미하는데, 봉우리의 생김새가 마치 솥단지처럼 생겼다. 부봉능선은 암릉이어서 주봉이나 영봉보다는 아름답지만 구간에 따라 로프도 타야 한다.

제1관문에서 30분 정도를 오르면 높이 20여m의 여궁(女宮)폭포를 만난다. 이름이 ‘섹시’한데, 가보면 그 이유를 안다. 옛날 7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어려 있다.

여궁폭포에서 다시 20분 정도 올라가면 혜국사(惠國寺)를 만난다. 이 사찰은 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의 말사다. 신라시대인 846년에 창건됐다고 전해지며, 고려 말에 홍건적의 난이 일어났을 때 공민왕이 이곳으로 피란했었다고 하는 유서 깊은 절이다. 산사의 정적을 깨는 청아한 목탁소리를 뒤로하고 다시 50분 정도 오르면 대궐터가 나온다. 어째서 이 높은 곳에 대궐터가 있을까, 의아하다. 공민왕~여궁~대궐을 연결해 보면 뭔가 짚일 것 같기도 하다. 대궐터에는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샘터가 있다. 한숨 돌리고 가기 좋은 곳이다. 주흘산을 오르다보면 나무의 분포가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대궐터부터는 단풍은 없고 소나무 등 침엽수 등이 주를 이룬다.


#문경새재 주변에는 좋은 산들이 많다. 주흘산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그 산들이 장관을 이룬다. 백두대간의 연봉인 황학산 조령산 탄항산 포암산 월악산 대미산 황장산의 줄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주봉과 영봉의 정상자체는 별로 볼 게 없다. 영봉을 지나 조곡삼거리로 내려오는 길에서 부봉의 위용을 볼 수 있다. 두 개의 계곡이 만나는 조곡삼거리는 흐드러진 단풍과 산들에 폭 쌓여있어 주흘산의 제1절경이 아닐까 싶다. 단풍은 말 그대로 절정이다. 이번주나 다음주에 꼭 주흘산을 가보길 권하고 싶다.

삼거리에서 10여분 내려오면 꽃밭서덜을 만난다. ‘서덜’이란 냇가나 강가 따위의 돌이 많은 곳을 가리키는데, 정말 돌들이 꽃처럼 피어있다. 사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물가가 아니기 때문에 ‘돌이 많이 흩어져 있는 비탈’을 가리키는 우리말인 ‘너덜’이 맞다. 꽃밭너덜이 돼야 한다. 그렇다 치고, 흘러져 내려온 돌들을 사람들이 지나며 탑으로 쌓아 수백개가 넘는 돌탑들이 꽃밭처럼 펼쳐져 있다. 사람들의 정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꽃밭서덜부터 제2관문으로 나오는 계곡길은 단풍이 떼지어 불을 켜고 있다. 정말 환하다. 2관문에서 1관문까지 나오는 길은 잘 가꾸어져 있을 뿐 아니라 태조 왕건 촬영세트장 등 여러 가지 볼거리가 많아 산행 마무리를 힘든 줄 모르고 하게 한다. 중간중간 휴게소에서 크게 틀어놓은 유행가 소리가 다소 거슬리지만, 옛 과거길을 떠난 선비들을 생각하며 걸어볼 만하다.

글·사진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등산코스>
▲제1관문 ~ 여궁폭포 ~ 혜국사 ~ 대궐터 ~ 주봉 ~ 영봉 ~ 충북 도경계 ~ 부봉 ~ 동문 ~ 북문 ~ 마패봉 ~ 제3관문(약 8시간40분 소요)

▲제1관문 ~ 여궁폭포 ~ 혜국사 ~ 전좌문 ~ 주봉 ~ 영봉 ~ 조곡골 ~ 제2관문(5시간 안팎 소요)
출처 : Leader of change and renovation
글쓴이 : 파랑새 원글보기
메모 :

'국내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억새와 가을단풍, 야경이 아름다운 하늘공원  (0) 2007.11.23
[스크랩] 화천 비수구미  (0) 2007.11.18
전남 순천과 강진  (0) 2007.11.14
제주도의 돌하르방  (0) 2007.11.12
단풍산행지  (0) 2007.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