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모음

아침 우기/임응수

석란 2011. 5. 8. 21:43

 

 

 

 

 

 

 

 

 

아침 세우기/임응수

 

육십이라는 나이에도 꽃이 되고

칠십이라는 나이에도 나무가 되어

다시 열어놓은 문으로 아침을 세우고 있다.

 

귀에서는 마른번개가 금을 긋고

가슴에서는 천둥이 북을 치더니

온몸 구석구석에 저릿저릿 미련이 발전한다.

 

기다림의 처마에서

고드름들이 타다닥

목련꽃잎처럼 떨어진다.

 

심장에서 홍학이 날갯짓

핏줄마다 사슴무리가 내닫고

몸이 먼저 아는지 팽이처럼 잉잉거리며 울고 있다.

 

안다 안다

알고 말고

서로는 다 안다.

 

오늘 새벽

밤새워 나무를 그리다가 코피를 쏟으며

숨은 꽃이 젖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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