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춘추

[스크랩] <강의록에서> 수필문학의 독자성(1)--수필은 필자 자신 인격의 반영이요, 삶의 그림자다.--

석란 2012. 2. 1. 21:17

수필문학의 독자성(1)

--수필은 필자 자신 인격의 반영이요,삶의 그림자다.--

<문학의 한 장르로서 ‘수필문학’이 갖는 고민>
그 인격은 인간미로 표출된다.
인생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행복한 삶이다. 행복한 삶은 안정된 성격, 참을성과 인내심,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과 친절함에 달려 있다.
인생에서 위로나 위안을 받을 수 없을 만큼의 불행은 없다. 어딘가에는 한 줄 빛, 태양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긍정적인 성격이며, 행복한 성격이다. 이 긍정적인 성격은 밝은 태양과 같다고 새무얼 스마일즈는 말하였다. 태양처럼 모든 것들을 황금빛으로 물들일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 그의 지론이다. 설령 힘들어 보이는 일이 주어진다하더라도 밝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짐을 질 것이며, 다른 사람들이 불평불만으로 항의하가나, 초조해할 때 그들은 개의치 않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밝은 성격의 힘이다. 스마일즈는 인간이 반드시 피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항상 불평불만을 털어 놓는 것이라 지적한다. 불평을 일삼다 보면 불평의 감정이 병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황달에 걸린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노랗게 보이는 것처럼, 불평불만을 일삼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온통 잘 못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행복한 성격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들의 눈에는 빛이 있다. 소위 말하는 기쁨의 빛, 만족의 빛 그리고 의무를 다한 즐거움의 빛, 깨달음의 빛을 말한다. 이 성격을 지닌 사람은 참을성 있고, 친절하고 너그럽고, 호탕하다. 그래서 그의 눈 빛 속에는 삶의 모든 측면이 밝음과 아름다움과 그리고 기쁨을 드리운다.
밝은 성격의 토대는 사랑과 희망과 인내다.
이런 성격이 체질화 되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으로 성공이 보장된사람이다.
수필문학은 행복한 성격을 지닌 사람의 글로 어른의 경지에서 써지는 문학 장르다.


1.수필문학은 심경의 예술
수필문학은 하나의 예술형태이기 때문에 심경의 표출이란 자기 스스로의 이야기이지만 그것은 어떤 문학적인 호소력이 있어야한다. 문학적 호소력은 생활의 기록이란 단순한 신변의 기록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의 새로운 발견이나 보다 깊은 사고를 바탕으로 자연과 세계에 대한 폭 넓은 이해까지 포함시킨 인간생활의 중시를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필문학에서는 논리적인 것이나, 비평적인 것, 학문적인 것과, 교훈적인 것은 그 본질로 삼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내면생활의 기록’이란 측면에서는 기행문, 일기문, 편지글에서도 그러한 심경의 표출이 나타나지만 수필작품보다는 그 자세가 안이하다. 즉 문학적인 호소가 부족함을 말한다.
수필문학은 내 마음이 어떤 대상을 대할 때, 마음에 전개되는 경지를 그대로 적어낸, 즉 내면을 향하는 인간적인 흥미를 뜻한다. 문학의 출발점이 인간에 있다면 수필문학같이 자연스럽게 인간성을 띤 문학은 서정시 이외에는 없다.


김소운의 <도마소리>를 보자
도마소리
김 소 운

진해군항-인구 밀도로는 부산의 십분의 일이 못됨-은 물이 흔하고 모기 많기로 유며안 밪꽃 명승지, 이 진해에서 나는 어려서 몇 해를 자랐다. 여기서 처음 소학교를 다니고, 여기서 첫 사랑을 알고......
내 알뜰이는 골무를 깁고 냉이를 캐는 시골 처녀였다. 집안끼리 공인한 사랑이건만 손목 한 번 숫제 쥐어보지 못하고 연이는 딴 데로 시집을 갔다.
마을 부인네들의 산놀이에 30리 거리를 두고도 우리 집 마루에서 나는 연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시력의 한계를 지난 또 하나의 눈-, 그토록 젊은 순정을 기울렸던 연이를 내 아내로 맞아들이지 못한 원인은 내게 있지 않고 연이가 저지른 작은 과실 때문이었다.
3년이 지난 어느날 동경 거리에서 연이의 오빠인 l를 만났다. 그 입으로 연이가 도요하시(豊橋)에 산다는 것, 그 남편이라는 사람이 첩을 둘씩이나 거느린 위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상은 물을 용기도 뱃심도 없었거니와 내가 상상하는 연이의생활이란 그리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애처롭고 측은 한 생각- 그보다도 아쉽고 그리운 못난 마음에 나는 그 후 도요하시를 지날 때마다 찻간에서 내려서 플랫폼을 한 번 거닐지 않고는 못 배기는 버릇이 들었다. 도요하시에 동해도선(東海道線)이 닿는 것은 대개 밤중이었다. 어쩌다가 잠든 사이에 도요하시를 지나는 수가 있으면 나는 죄를 지은 것처럼 송구하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해방되던 그 해까지 내 이 슬프고도 쑥스러운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몇 해만에 진해에 들러 연이 오빠 댁에서 저녁 대접을 받게 되었다. 2층에 바둑판을 놓고 연이 오빠와 나는 마주 앉았다. 그 부인은 내 옆에서 과일을 벗긴다.
부엌에서 들려오는 또닥또닥 도마소리, 해방이 되어 연이도 친정으로 돌아온 것이라면, 아마 오빠 댁 이웃에 살기도 쉬우리라..... 저 도마소리가 혹시나......?
그 때 남편이 측간에 간 새 그 부인의 입으로 연이가 스물 여섯 살 되던 해 일본에서 죽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무슨 병이던가요?”
“병이라니요, 한(恨)이 죽였지요. 아까운 사람이......
그러면서 휘이 하고 한숨을 쉬는 그 올케 앞에서 나는 몰래 무엇을 훔치다가 들킨 놈처럼 당황했다.
‘스무 해가 지나도록 죽은 것을 모르고 샌티멘탈을 자독(自瀆)하던 이 싱겁고도 얼빠진 바보 녀석이.....
나는 주릿대를 맞는 것처럼 정신이 아찔했다. 도요하시의 텅빈 플랫폼 그--,밤중의 플랫폼이 파노라마처럼 나를 비웃으며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이 작품은 작가의 마음이 어떤 대상을 대할 때, 마음에 전개되는 경지를 그대로 그려낸 심경의 예술품이다. 아무런 구속 없이 온 몸에 비치는 사실들을 여과하여 자기 나름의 느낌과 생각을 조리 있게 만들면 그것은 비로소 하나의 생명을 지닌 자기만의 냄새를 가진 글이다.
생명 있는 글은 주어진 세계를 받아들여 삶을 고뇌하고, 고독과 절망을 직시하는 데서 귀중한 주제성을 솎아냈다. 글은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쓴다는 것을 보여 준 작품이다.




사색의 뜰에 서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생각해 봅시다.
사방에 갇혀서 살고 있는 듯한 이 변화 없는 매일 매일의 생활사에서 벗어나는 길이 없을까?

이는 일상에서의 벗어남의 길이니까 시간에서 벗어남, 범속(凡俗)에서 벗어남, 따분함에서 벗어남, 매여 사는 생활에서 벗어남, 질질 끌려 사는 삶에서 벗어남, 저주와 불평불만, 악의, 분노와 모함에서 벗어남, 영혼의 불안에서 벗어남, 여유 없이 쫓기는 삶에서 벗어남의 길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불평불만을 던져 버리고 밝은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항상 긍정적 사고로, 그 무엇에 도취하고, 그것에 빠져서 사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무서운 권태와 공포에 빠진다.
자신의 생 활 속에서 기쁨의 발견, 만족한 성취, 의무를 다한 개운함, 터득한 지혜로, 그 희열을 창조하는 삶이다.

벗어나지 못하는 삶은 불행한 삶이다.
어쩔 수 없이 사는 거, 그럭저럭 사는 거, 생활에 쫓겨 사는 거 불행한 삶이다. 불평, 불만, 악의, 모함으로 사는 거 더더욱 불행한 삶이다.
벗어남의 삶-여유로움의 삶을 사는 거, 자기 자신이다.
하루 단 한 시간이라도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 시간에 자기와 만나 자기를 보고, 다듬고, 자기를 가꾸어 가는 삶 속에서 ‘이건 있어야지 하면서’ 기쁨을 찾고 그 희열을 만들어 가는 거다.


출처 : 수필춘추
글쓴이 : 현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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